‘혼돈의 시대, 지성의 활로’

  • 작성자 최고관리자
  • 작성일 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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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학 국제통상·금융투자학부,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초청 특강·대담
시대의 난제 헤쳐가기 위한 의식 전환의 활로 탐색
“과학적 인식론과 우리 마음·세계·우주 포괄하는 전일적 인식론 필요”

정경대학 국제통상·금융투자학부 학생들은 직장인이다. 이 학부는 국제통상과 금융투자 분야에서 선취업·후진학 선도 모델을 수립해 재직자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들이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5월 24일(토)에는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박사를 초청해 특강과 대담을 개최했다.

조 이사장은 이날 더 나은 인류문명과 미래 정치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정치학자이자 교육자, 실천가로서 시대를 조망하는 새로운 견해를 들려줬다. 그는 최근, 인류의 우주적 연원과 진화에 관한 이해를 축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 문명의 활로를 찾는 ‘전환 정치(Transformative Politics)’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번 특강과 대담에서도 그런 그의 관심사를 이어갔다.

역사적 분기점, ‘진화 혹은 절멸’
조 이사장은 ‘혼돈의 시대, 지성의 활로’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만났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특강이다. 이 학부 재학생과 교수진, 7년 전 특강을 들었던 졸업생 등 모두 12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조 이사장은 2018년 강연을 떠올리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때는 ‘기후변화와 미래세대: 시대의 과업과 권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을 마친 후 한 학생이 이렇게 술회했다. ‘특강을 들으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탄을 수입하는 업무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후 문제 역시 인류의 발전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 것처럼 느꼈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조 이사장은 그런 일화를 회고하며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석탄·석유·천연가스 등을 동력으로 경제 성장, 문명 성장을 이뤄냈다. 그런 동력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를 살게 됐다. 그러나 인류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무한 성장’에서 ‘적정 성장’의 가능성을 깊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강연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 후, 기후 문제는 더욱 악화했다. 기후 위기뿐만 아니다. 전쟁과 폭력, 불평등, 정치 양극화 등 시대의 난제가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경제, 사회, 정치, 문화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종래의 지식과 질서의 한계가 운위되고 있는 가운데, 전례 없는 문명사적 위기, 혼돈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화석연료 사용은 줄어들지 않는다. 핵과 초인공지능의 위협은 여전히 누군가가 풀어내야 할 난제일 뿐이다. 현대 산업사회는 ‘종전 방식의 삶(Business-as-Usual)’과 ‘통상 정치(Politics-as-Usual)’를 오늘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역사의 분기(分岐)에 서 있다. 진화인가, 절멸인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묘책이 절실하다.

조 이사장은 “누구도 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있다. 인류가 달려왔던 그 길만으론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계론과 원자론, 선형적 인과론에 기초한 과학의 대전제가 지구 산업문명의 역사를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경제와 성장, 경쟁과 쟁취가 뿌리 깊은 시대 의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경험하는 위기 역시 그 산물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지속되는 사고와 행동 양식의 결과라는 점을 이제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맥락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해법을 찾아 나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역사를 살피면, 인류는 큰 위기를 겪을 때 삶의 경로를 바꾸거나 새 세계에 도전해 왔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가 처한 이례적인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반세기 전부터 제기된 문명 붕괴 가능성, 이제는 ‘응급상황’이다
이런 역사적 교훈과 경고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일례로 50여 년 전인 1972년, 로마클럽은 문명 전망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를 통해 인류가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을 유지한다면, 문명은 100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작스럽고 돌이킬 수 없는 기후변화(abrupt, irreversible climate change)’에 관한 경고도 40여 년 전부터 있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은 1985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 지구가 금성과 같은 행성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기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성은 과거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작스럽게 누적되면서 표면 온도가 470도에 이르는 행성으로 급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3년 후 같은 자리에서 NASA 기후 과학자 제임스 핸슨(James Hansen)은 ‘지구 온난화는 인간의 산업활동에서 기인한다.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오르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재앙이 일어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한 ‘1.5도’는 기후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다. 국제사회는 예견되는 재앙을 막기 위해 비엔나, 몬트리올, 리우, 교토, 코펜하겐 등 세계 곳곳에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국제회의를 열었다. 지난하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2015년 파리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통제해 금세기 말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세계는 환호했다.

그러나 현실은 예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기후변화를 두고 ‘실재다’와 ‘거짓이다’라는 상반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고, 구체적인 행동은 미미했다. 그 사이 지구 환경은 빠르게 악화했다. 올 초,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미 기후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다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제임스 핸슨은 올해 2월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평균 온도가 최근 2년간 0.4도 이상 급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엄청난 오름세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역시 2015년 파리협약 당시 입장을 대폭 수정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하는 시점을 금세기 말에서 2040년으로 크게 앞당겼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연이어 공개된 유엔, 특히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사무총장의 공적 언명은 우리 모두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 상황은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다. 인류는 ‘기후 지옥(climate hell)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 올라섰다. 출구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 ‘펄펄 끓는(global boiling)’ 지구. 그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것이 그의 인식이다.